인천 관광 스타트업, ‘아이디어’ 넘어 시장으로…로컬 콘텐츠 산업화 속도낸다

스타트업 / 박형진 기자 / 2026-09-30 09:32:54
  • 카카오톡 보내기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 7개 기업 사업모델·성장전략 공개
개항장·강화·옹진 섬에 AI·로컬IP·캠핑카 접목, 오후 데모데이서 투자유치 IR
▲ (왼쪽부터) 김덕영 에프오씨씨 대표,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 이유정 개항로인절미 대표, 정희수 컨템플레이티브 대표, 지예림 개항로망 대표, 조봉우 산봉우리 대표, 하준욱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 센터장, 김재문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 대표
인천의 관광 스타트업들이 지역의 역사와 섬, 먹거리, 생활문화를 새로운 관광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다. 관광객을 불러오는 데서 벗어나 지역에 더 오래 머물고 경험하며 소비하도록 만드는 ‘체류형 관광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는 지난 29일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2026 인천 관광 스타트업 육성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오전에는 기업의 사업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언론에 소개하고, 오후에는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가 진행됐다.

미디어데이 초반에는 이선아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 차장이 ‘2026 관광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협업사례’를 소개했다. 이 차장은 성장단계별 지원체계와 사업화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개별 관광기업의 아이디어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실제 상품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를 공유했다.

이 차장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육성사업에는 총 15개 기업이 참여했다. 예비·초기·도약·지역상생·성장플러스 등 성장단계별로 기업진단과 맞춤형 컨설팅, 사업화, 기업 간 협업과 투자유치를 지원한다. 사업화 자금은 총 3억3000만원 규모로 기업별 500만~3800만원이 지원되며,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를 통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약 77개사가 육성됐다.

이번 미디어데이에는 에프오씨씨, 바바그라운드, 산봉우리, 개항로망, 개항로인절미, 컨템플레이티브,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 등 7개사가 참여했다. 역사와 먹거리, 섬, AI, 모빌리티 등 서로 다른 자원을 활용하지만 ‘인천만의 관광자원을 실제 시장에서 소비되는 상품과 경험으로 바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에프오씨씨는 한국의 역사적 인물과 장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그니처 향수’와 인천 원도심 방문을 유도하는 관광콘텐츠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보였다/이미지제공=에프오씨씨
에프오씨씨 김덕영 대표는 한국의 역사적 인물과 장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로컬IP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인천에서는 청년 김구의 서사를 향수와 편지 패키지 등으로 구현하고, 상품 구매가 실제 역사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관광 경험을 설계했다.

‘김구 인천 에디션’에는 향수와 함께 스토리 팸플릿, 역사 경로 지도, QR코드 등을 담고 GPS 기반 스탬프 투어를 연계했다. 한국어·영어·일본어를 지원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도 높였다. 향후에는 관광객의 방문과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역사 콘텐츠와 여행을 추천하는 데이터 기반 헤리티지 관광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 바바그라운드는 농어촌 액티비티와 숙박, F&B 콘텐츠를 글로벌 OTA에 유통하는 AI 허브 ‘노는법’을 기반, 인천 도서지역과 어촌 등 로컬 관광자원의 AI 기반 상품화를 선보였다/이미지제공=바바그라운드
바바그라운드 허정 대표는 농어촌에 흩어져 있는 숙박과 체험, 먹거리 등 지역 관광자원을 AI 기술로 상품화하고 국내외 온라인 유통망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도 상품 기획과 온라인 판매, 예약·정산, 고객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지역사업자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의 비정형 관광정보를 표준화해 숙박과 체험, 로컬 미식을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만들고 개별여행객이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온라인 유통체계와 연결한다. 향후 국내외 OTA까지 판매망을 확대해 인천의 섬과 농어촌 콘텐츠를 더 넓은 관광시장으로 연결하는 ‘관광 유통 허브’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 산봉우리는 인천의 섬과 관광자원을 활용한 지역 체류 유도 참여형 관광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이미지제공=산봉우리
산봉우리 조봉우 대표는 인천의 섬과 지역자원에 러닝·웰니스·미식·커뮤니티를 결합해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머무는 체류형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지역에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어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방식이다.

자월도에서는 요가와 휴식을 결합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신시모도에서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아일랜드 플레이그라운드’를 진행했다. 강화에서는 금풍양조와 약 5㎞ 러닝과 막걸리 체험을 결합한 ‘막걸Run’을 선보였으며, 덕적도에서는 바바그라운드와 5060세대를 대상으로 요가·포토랠리·트롯 DJ 파티 등을 결합한 웰니스 관광을 진행했다. 섬을 단순히 둘러보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활동하며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 개항로망은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감성을 기록하는 로컬 아카이브 굿즈를 선보였다/이미지제공=개항로망
개항로망 지예림 대표는 인천 개항장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로컬 아카이브 굿즈와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개발한다. 유명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개항기에 등장한 사물과 식문화, 외래문물과 생활상 등 도시 곳곳에 축적된 작은 이야기를 로컬IP의 원천으로 활용한다.

특히 ‘설명하는 관광에서 가져가는 관광으로’라는 방향 아래 관광객이 디자인에 끌려 상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 담긴 인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엽서와 틴케이스, 조각스티커에서 러닝베스트·러닝캡·힙색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호텔·카페·기업과의 협업상품과 공공기관 기념품 등으로 시장을 넓혀 인천의 다양한 로컬상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 개항로인절미는 전통 인절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선물 디저트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이미지제공=개항로인절미
개항로인절미 이유정 대표는 전통 인절미를 현대적인 관광 디저트로 재해석해 인천을 대표하는 먹거리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쉽게 굳고 맛이 단조로우며 선물하기 어렵다는 기존 떡의 한계를 보완하고 콩고물·흑임자·강화약쑥·호박·초코 등 다양한 맛과 선물용 패키지를 접목해 젊은 소비자와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전국적인 체인 확대보다 ‘인천에 와야 만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지역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백화점 팝업 등을 통해 상품성을 검증하고 금풍양조와 막걸리를 활용한 ‘막걸리술떡’을 개발하는 등 로컬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인절미 만들기와 전통 포장을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 콘텐츠 공간까지 구축해 ‘제품×체험×공간’이 연결되는 관광 브랜드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 컨템플레이티브는 우리나라 최초 사이다의 인천 기원을 담은 ‘인천앞바다첫사이다’를 로컬 관광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이미지제공=컨템플레이티브
컨템플레이티브 정희수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 사이다가 인천에서 시작됐다는 지역의 역사를 현대적인 관광상품으로 되살리고 있다. 1905년 인천 신흥동 인천탄산수제조소에서 사이다가 생산됐다는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인천앞바다첫사이다’를 기획해 오래된 도시의 기억을 소비자가 직접 마시고 가져갈 수 있는 로컬 브랜드로 전환했다.

단순 음료보다 ‘인천에서 가져가는 관광기념품’에 초점을 맞춰 지역 행사와 관광상권의 카페·호텔·레스토랑 등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인천먼바다첫사이다’로 제품군도 넓혔다. 미국 유통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인천의 로컬 스토리를 해외 소비자에게 알리는 가능성도 시험하고 있다.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가 상품 경쟁력과 결합할 경우 관광산업의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는 AI 기반 캠핑카 공유·렌탈 플랫폼을 바탕으로 외국인 개별관광객(FIT)을 겨냥한 캠핑카 K-로드트립을 추진하고 있다/이미지제공=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 김재문 대표는 외국인 개별관광객(FIT)을 대상으로 캠핑카를 활용한 ‘K-로드트립’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 렌탈에 숙박과 캠핑장·차도선 예약, 24시간 다국어 컨시어지를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이 인천의 섬과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장기간 체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한국 휴대전화 번호와 언어 문제 등으로 외국인이 캠핑장이나 배편 예약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지원해 이동과 숙박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자월도·덕적도·장봉도 등 인천 섬 관광을 캠핑카와 연결하고 바바그라운드와 ‘섬차박’을 추진하는 등 기업 간 협업도 진행 중이다. 개인이 보유한 유휴 캠핑카를 관광시장에 활용하는 공유모델과 AI 컨시어지로 영역을 확대해 캠핑카를 외국인 장기체류와 지역 소비를 연결하는 관광 인프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선아 차장이 발표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업 간 협업도 실제 관광상품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15개 육성기업 가운데 11개사가 총 10건의 협업을 추진했으며, 이 가운데 7건은 완료 또는 진행 중이고 3건은 예정·논의 단계다.

산봉우리와 금풍양조의 ‘강화 막걸Run’, 산봉우리와 바바그라운드의 ‘덕적도 웰니스 5060 트롯파티’, 바바그라운드와 미니칸캠핑앤모빌리티의 자월도 ‘섬차박’ 등이 대표적이다. 금풍양조와 스콘에아이의 AI 동시통역 서비스 활용, 개항로인절미와 금풍양조의 ‘막걸리술떡’ 개발 등 기술과 먹거리를 연결하는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오전 미디어데이가 기업들의 사업모델과 성장 가능성, 협업 성과를 언론에 알리는 자리였다면 오후 데모데이는 투자시장과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김태현 인천관광공사 관광사업실장은 데모데이 환영사에서 “스타트업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부분이 자금 투자와 언론 홍보”라며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는 유망 관광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인큐베이터이자 든든한 서포터로서 판로 개척과 투자 연계는 물론 미디어 홍보까지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 개소 이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한 미디어데이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데모데이에서는 7개사가 투자사 심사역을 대상으로 IR 피칭을 진행했으며, 심사위원 총평과 우수기업 시상에 이어 스타트업과 투자사 간 1대1 투자 밋업과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 오후에 진행된 데모데이
인천관광공사의 지원도 사업화 자금 제공을 넘어 기업진단과 컨설팅, 기업 간 협업, 마케팅과 미디어 홍보, 유통채널 확보, 투자자 연결까지 성장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작은 관광기업이 자체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유통채널과 시장을 연결해 아이디어가 실제 매출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미디어데이와 데모데이가 보여준 핵심 역시 여기에 있다. 개항장의 역사와 인천의 섬, 전통 먹거리처럼 이미 존재하는 지역자원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하고, 이를 상품화한 뒤 기업 간 협업과 홍보·유통·투자로 연결하는 관광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인천 관광 스타트업 정책의 과제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관광기업이 자금·홍보·유통·투자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과 연결하는 구조를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목준균 인천관광공사 본부장은 “초기 스타트업에는 공간과 사업비뿐 아니라 마케팅과 유통, 미디어 노출, 투자자와 연결되는 기회가 실질적인 힘이 된다”며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유통채널과의 협업 등 시장과 연결되는 기회를 넓혀 관광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더 스타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